인디언의 도시
여행/Seattle and Vancouver / 2010. 9. 10. 15:41
샌프란시스코에도 바다가 있고 시애틀에도 바다가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의 바다 느낌은 부유함, 여유로움이라면, 시애틀 바다의 느낌은 산업, 부산함이라 하겠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을 끼고있는 바다에는 요트같은 레저를 즐기기 위한 시설은 보이지 않고, 해변을 따라 이어지는 시끄러운 도로와 멀리 보이는 컨테이너 선착장이 보인다. 물론 이런 느낌은 잠시 머무르는 나그네의 성급한 판단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이 이끄는 줄을 잡고 걸어가고
아침을 사발면으로 해결하고 일찍 숙소를 나섰다. 벌써 익숙해져버린 도심의 거리를 걸어 익숙한 방향의 무료버스를 타고 언더그라운드 투어 장소에 어렵지 않게 닿았다.
영어의 부족함을 200% 느끼게 해준 언더그라운드
이미 많은사람들이 투어를 기다리고 있다. 학생증을 내보여 할인을 받고 투어에 참여한다. 한시간 반 동안, 너무 빠른 영어해설에 정신이 멍할 따름이다. 그나마 미리 인터넷으로 읽어간 내용들이라 둘러보기에 다행스러웠다. 한편으로 현지인들이 너무나 유쾌하게 투어를 즐기는 것을 보니 너무 부러웠다.
투어가 끝나고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으로 향했다. 바닷가를 우선 찾아서 걸었다. 어제 왔을때는 문닫고 너무나 썰렁했지만 12시 남짓 닿았을때는 많은 사람들과 상인들로 활기차다. 걸어서 세상속으로에서 봤음직한 어물전이 보였다. 일군들이 커다란 생선을 던지며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우리는 한참을 다니며 고민하다가 구석진 모퉁이에서 조개스프를 파는 집을 찾았다. 나는 스모크연어 스프를 주문했다.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집에 돌아와서 여행책자를 찾아보니 제법 유명한 맛집이었기에 행운이다 싶었다.
마켓 구석진 곳으로 이어가다 보면 고대하던 스타벅스 1호점이 나온다. 앞에서는 거리의 예술인들이 신나는 피들을 연주하고 있다. 상점 밖까지 늘어선 줄에 꼬리를 이으며 주문할 차례를 기다렸다. 이곳은 커피보다 기념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단지 전 세계에서 여기서만 판다는 이유 만으로. 따지고 보면 특별할 것 없지만 희소함이랄까 특별한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충분한 자본주의의 본보기다 싶었다. 이런 특별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에서 나도 모르게 기념품을 사버렸다. 과연 이 컵들에 가득히 담길 추억들이 있을까. 우리는 바로 옆 해안가에서 특별할 것 없는 1호점 커피를 마셨다. 시끄러운 해안도로의 소음이 오늘 오후의 추억을 더 특별하게 각인해 줄 것이다.
아침부터 일정대로 설친 덕분에, 또 어제 첫날 너무 열심히 거닐었던 덕분에 우리는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 아니 곤히 낮잠을 자버렸다. 저녁이 되어서 특별한 장소를 물색하다가 제일 만만해보이는 아웃백을 갔다. 고기가 너무 질겼다. 좀 아쉬웠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의 거리를 탐색했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