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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cube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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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코그니토'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5.26 incognito 공연을 보고...

 스스로 돈을 주고 공연을 본게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공연다운 공연을 봤습니다. 사실, 인코그니토(incognito)라는 뮤지션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표를 예매했지요. 그리고, 약 한달동안 그들의 음반을 들었습니다.
 음반을 듣고 나서, 서울재즈페스티벌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즈라고 하면 스텐더드 재즈를 우선 떠올리게 되서 그런지도 모르겠지요. 여하튼, 비교적 빠른 템포의, 흑인풍이며, 그리고 고급스런 화음이 많이 쓰였고 코러스 부분이 아주 많이 반복이 되구나...정도의 느낌...
  예전에 세종문화회관 3층에서 공연을 봤다가 가파른 경사와 너무 먼 거리때문에 전혀 공연을 즐길 수 없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3층에서의 관람은 공연 내용보다 고소공포와 싸워야만 했습니다. 더 이상 천정에 붙어서 공연을 보는 박쥐가 되기 싫어서 조금 비싼 2층 첫째열 자리를 잡았습니다.



 "누벨바그"라는 팀이 첫 무대를 열었습니다. 정말 "스타일리쉬 재즈"라는 페스티벌의 모토처럼 "스타일리쉬"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가 딱 맞아 떨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그 단어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약간의 부정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말이지요. 그래도 한 시간 여 동안 열정적인 공연을 보여주었습니다. 딱 한곡, 귀에 익숙한 곡은 시트콤 소울메이트에 삽입되었던 "This is not a love song"입니다. 정말이지, 딱 그곡과 어울리는 팀이었습니다.


   드디어 두 번째 무대를 인코그니토가 열었습니다. 우선 왼쪽부터 브라스(금관악기)들이 있고, 보컬 세명이 가운데에 위치합니다. 그 뒷쪽으로 기타가 왼쪽에, 가운데에는 드럼이, 그리고 그 오른쪽에 베이스, 가장 오른쪽에 2층으로 쌓아올린 건반이 직각으로 2쌍을 배치한 키보드가 있습니다. 악기들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정말 꽉 찬 느낌을 줍니다. 사실 그들의 음악에 매료되어 흠뻑 취했지만 음악적 견해가 워낙 짧아서 음악에 대해 논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저 좋았다는 느낌, 나름대로의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음악하는 뮤지션이라는 것.
 그리고 여담이지만 공연 중에도 틈틈이 올라와서 뮤지션들이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덩치좋은 엔지니어도 색다른 모습입니다. 그 동안 우리나라 공연에서는 리허설때 외에는 엔지니어를 볼 수 없었는데, 공연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필요할 때 들어와서 마이킹을 수정하기도하고, 드러머가 급히 호출하면 달려와서 필요한 세팅을 해주기도 하는 모습에서 모든 것이"보여짐"에 너무 치중하기 보다는 "음악"에 촛점이 맞춰져있다는 느낌입니다.


  매번 외국팀들 공연을 보면 느끼는 거지만, 연주가 음반과 똑같다라는 느낌(물론 편곡이 다름에도 불구하고)입니다.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며 음악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연주하는 내내-본인이 솔로를 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돋아져나오지 않고 절제되면서 다른 연주자들과 밸런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실제 공연중에 모니터 볼륨을 높여달라거나, 귀에 꽂고 있는 이어폰을 손으로 막는등의 어이없는 군더더기 행동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그런건 제발 리허설때나 하라구~!!"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곡과 곡들 사이의 멘트들도 아주 의미가 있었습니다. 관객들을 섹션A와 섹션B로 나누어 서로 경쟁을 시키고 섹션A에게 물어보죠, B가 어떠냐고... B에게도 A가 어떠냐고 물어봅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상대편에게 야유를 보냅니다. 이 때, 일침을 놓습니다. 같이 음악을 즐길 때는 하모니속에서 함께 즐겼는데 이렇게 벽으로 나누면 이렇게 된다는거죠. 뜨끔했습니다. 그러고는 벽을 버리자고 합니다. 퓩~
  두번 째, 기억나는 멘트는 모닝 썬(morning sun)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마주보고 서있으면 걱정이나 고민들(shadow)들은 뒤로 사라진다는 거죠. 그리고 morning sun이 있어 우리는 매일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공연보기 전에는 머릿속에 신경쓸 일들이 많아서 심란했었는데 잠시나마 편안해지더군요.
  끝으로, 기억에 남는 모습은 고마움을 표시하며 두손을 모으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진심이 우러나오면 참 좋아보이는게 사실입니다. 일전에 모 인디밴드가 공중파에서 돌출행동을 했을 때, 나는 내심 그들이 인터뷰에서 "미디어를 엿먹이고 싶었다"라는 등의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으면 했는데, 얼굴가리고 숨는 모습에서 그냥 객기였음에 아주 실망했었습니다. 가끔 클럽 공연에서도 몇몇 뮤지션들의 있어 보이는 척(?)하는 행동이 너무 눈에 거슬리기도 합니다. 정말 진심으로 생각하고 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육두문자를 내뱉는 것 만으로 "사회에 대한 반항"인걸로 착각하는건지... 하지만, 인코그니토는 끝까지 정말 두손을 모아서 인사를 합니다. 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득 언젠가 숙소를 함께 썼던 인도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 두손을 꼭 모으며 나에게 "늘 신이 지켜주시길"하며 축복하던 모습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음악도 너무 좋았지만 많은 것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음악을 하든, 아니든, 인코그니토의 열린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은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어떤 일을 하든 잃지 말아야할 귀중한 것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너무 좋은 공연을 봐서 그 여운이 한참 갈 것 같네요.

Posted by cube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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