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야 강연을 보고...
끼적거리다 / 2008. 3. 18. 15:46
지난 주일, 주보에 껴있는 "한마음한몸 운동본부"홍보전단에서 한비야 님의 강연이 월요일 명동성당에서 있다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특별히 잡혀있는 약속이 없었기 때문에, 퇴근을 하고 명동성당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사실, 바람의 딸이니 걸어서 세계일주를 했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았었기에 그 분의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고 스테디 셀러가 되어도 - 심지어 집에 책이 있음에도 - 읽어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지 않았었습니다. 고생스러운 여행이 기억에도 남고 얻는 것도 많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래도 선진국이나 역사깊은 곳을 우아하게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기에 그 책들의 색깔과 많이 틀렸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처음 한비야님의 책을 접한 것은, 한창 부산 해운대에서 영화스탭으로 지낼 때였지요. 집이 아닌 곳에서 멍하니 케이블 티비로 시간을 떼우기엔 너무 아까운 날씨였기에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대형 서점에 들러서 틈틈이 읽을 책을 두어권 사다가 아무도 없는 5월의 해운대 백사장 구석에서 책을 읽곤 했었는데, 그 때 산 여행책들 중에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끼어 있었습니다.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너무 쉽게 빠져들어버려 불과 몇시간만에 다 읽어버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는 책을 아껴서 천천히 읽어야 했었는데 말이죠.
강연이 지연되어 7시 20분이 되어서야 한비야님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TV로 몇 번 뵙긴했었지만 멀리서 봐도 확신에 찬 힘이 느껴지더군요. 시작은 "머릿속의 세계지도"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집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늘 쉽게 세계지도를 볼 수 있고, 국제뉴스에서 나오는 지명을 한 번씩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세계가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면서 세계지도를 하나 사야겠다 마음도 먹구요.
시간이 많지 않아 국제 구호, 특히 얼마나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특유의 빠른 말솜씨로 이야기하시더군요. 익히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서 알게 되었던 이야기지만, 1950년 한국전쟁때문에 국제 구호단체로부터 구호금을 받은 우리나라가 1990년도까지 국제사회의 신세를 졌다는 이야기는 정말 쑥스럽기까지 합니다. 86아시안게임이니 88올림픽이니, 그렇게 대단하게 광고하고 성공적으로 유치했다고 자부했지만 구호를 받고있는 입장이었던거죠.
지금은 세계경제 11위의 정말 엄청난 경제 강국임에도, 아직도 돈없어서 못 산다고, 경제가 바닥이라며 끙끙 앓고있는 대한민국이 한심스럽기까지 합니다. 먹는게 넘쳐나고 음식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동네 고양이들의 주식이 되고있는 현실에 나부터도 "소유"에 대한 지나친 욕심이 아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65억 지구인구에서 10억명이 하루 천원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고 있고, 2만원이면 굶어죽어가고 있는 아이 한 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비야님은 끝으로 "손"을 말합니다.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지요.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느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지요. 짧은 강연이지만, 다 알고있던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무언가 시작해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주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 : http://www.obo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