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DSL과는 거리가 좀 있는 이야기지만....
윈도우 OS로 돈을 긁어모은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2002년 야심차게 콘솔게임기(TV에 연결해서 즐기는 게임기)를 내어 놓습니다. 이름하야 XBOX. 까만색 투박한 콘솔 스타일은 날렵한 세련된 플레이스테이션과는 반대로 투박한 북미스타일 디자인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게임기가 히트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많아야하기 때문에 이미 한참 앞서가던 플레이스테이션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그랬구요.
그런데, 호기심 많은 해커들이 검정색 뚜껑을 뜯어보니 당시 사용하던 PC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었지요. 심지어, DVD롬 드라이브와 하드디스크는 PC용을 그대로 교체해도 사용이 가능할 정도니까요.
마이크로소프트측에서는 하드웨어적인 해킹없이는 절대 해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게임 세이프파일(게임을 어디까지 진행했는지 저장해둔 파일)을 이용해서 콘솔의 제어권을 해킹해버렸습니다. 이후로, 불쌍하게도 여러가지 해킹기법이 줄줄이 개발되고, 또한 가정용 홈씨어터 시스템으로 쓰기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왔습니다.
당시에는 DVD 플레이어도 제법 가격이 나갔었고, DviX 플레이어는 존재하지도 았았었는데, 해킹한 XBOX에 XBMC라는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아주 훌륭한 미디어 플레이어가 되어버립니다.
그 당시 신입사원으로 열심히 일하던 시기에 저의 사수였던 이대리님이 계셨었지요. 그 분은 저를 능가하는 얼리어댑터 겸 DIY 메니아였는데, 결국 XBOX가 국내에 발매되자마자 같이 한대씩 사버렸습니다. 게임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훌륭한 미디어 플레이어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토요일 하루 날을 잡아서 80인치 프로젝션이 있는 선배집에서 개조작업을 감행하였습니다. 새로산 콘솔의 배를 가르고, 부품을 교체하고, 프로그램을 깔고... 개조된 녀석이 한번에 제대로 실행되었을 때... 정말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벌써 6년전 이야기지만...
그렇게 핵박(해킹된 엑스박스)을 쓰다가 사촌동생에게 줘버리고, 또 떨이로 싸게 팔때 사다가 조카녀석 하나 만들어주고... 아쉬워하다가 중고로 거의 거저 주워와서 아직까지 사용하게 되는군요. DivX를 플레이할 때 HD급까지는 안되지만 수평해상도가 1024정도 되는 영상까지는 조금 무리스러워도 재생이 됩니다. 랜으로 서버에서 긁어와서 보는 건 기본이구요, 사진, 음악, 에뮬레이팅 게임까지도 무난하게 실행됩니다.
오랜만에 개조싸이트를 들렀다가 누군가 APPLE TV를 핵박으로 구현한 글을 보고 문득 지난 추억이 생각나서 글을 쓰게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