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거리다

사랑하기 때문에...

cubefilm 2008. 11. 18. 03:55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가 없이 누나들이 듣던 음악을 어깨너머로 듣곤 하던 중학생 시절, 아주 친했던 친구녀석이 대단한 앨범이 있다고 들려준 앨범이 유재하 1집이었다. 그 친구의 형이 유재하의 친구였기 때문에 가끔 차를 얻어탈 때면 여지없이 유재하 앨범이 카스테레오에서 흘러 나았다. 적은 용돈조차도 "학생과학"이니 "컴퓨터학습"같은 과학잡지 구입에 쏟아부을 때라서 테입이든 LP든 음반을 구입한다는 것은 나에게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그 친구에게 LP를 빌려서 테입으로 녹음해서 듣게 되었는데...

<유재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1987년 앨범사진>


  200원짜리 피아노 피스를 하나 사면 두어달간 꼬박 연습해야 겨우 외어 칠 수있을 정도로 음악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하던 시절(덕분에 아직도 악보를 읽지 못하고), 그의 음악에는 이 전에 들어왔던 가요들과는 너무 다른, 마음에 와 닿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게다가 "우리 형은 유재하 앨범 다 외어서 피아노 친다" 라며 자랑처럼 친구녀석의 말에 더욱 이 앨범에 집착하게 되었던 것 같다.

  천원짜리 가요 책을 뒤져봐도 두어 곡 밖에는 악보가 나와 있지 않았기에 노래를 듣고 따라 치면서 곡들을 외우기 시작했는데 특히, 이문세 3집엔가 실려있는 "그대와 영원히"라는 유재하 곡은 가장 좋아하던 곡이었기 때문에 어설프지만 카피를 하게된 첫 곡으로 기억된다.


  그러다가 유재하의 앨범을 다시 꺼내게 된 계기는 대학교에 들어갈 때 즈음이었다.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단순히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오랫동안 알고 있던 선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얼마 후엔, 가수들이 모여서 유재하를 위한 헌정앨범을 발매해서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생각해보면, 그 당시 독특했던 코드의 진행과, 악보없이 써 놓기만 하더라도 詩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가사에, 아직까지 가슴속에 살아있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이끌어 준 사랑이 있었다.

유재하 음악 장학회 : http://www.yjh.or.kr/